등산

KBS사우회보 9월호에는...

관주 觀周 2013. 9. 4. 20:54

사단법인 KBS사우회는 KBS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원들의 친목단체로

전체회원이 2,500여명이되며, KBS사우회보는 발행부수 3,000부로서

방송관련 단체및 사우회 회원에게 배포되는 월간지 입니다.

KBS사우회보 9월호에는 이번에 등정한 일본의 북알프스 산행기가 있습니다.

졸필이라 흉보지마시고 한번 읽어 보시면 합니다. 감사 합니다.

 

 아래의 글위에서 마우스를 두번크릭하면 더 큰화면으로 볼수있습니다.

 

2013. 9. 3. 觀主

  

 

8월에 일본 북 알프스 최고봉을 정복하다.

  

   2013년 8월 2일, 일본 북 알프스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3,190m) 정상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왔다.

이 산에 알프스란 이름이 붙게 된 것은 1887년‘윌리엄가울랜드’라는 영국인이 이 산을 소개하면서“Japan alps”

라고 말 한 것이 굳어진 것이다. 출발에 앞서 도상검토를 해보니 만년설이 덮인 3,000m가 넘는 고봉을 8개나

넘고 2박 3일 동안 40여Km나 되는결코 만만치 않은 산행이었다.

 

   지리산, 설악 공룡능선, 백두산 종주 등 1박 2일간 한적은 있었지만 3,000m 넘는 험하고 높은 산을 3일간 오른

적이 없었다. 그 때도 힘들고 어려웠는데 더구나 출발하던 날 일본 중앙 알프스에서 한국 등산객 조난사고 뉴스를

 접한 가족들이 한사코 말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7월 30일, 일행 34명은 인천공항을 떠났다.
일본의 산은 자연 그대로였다. 계단은 없고 경사가 급한 직벽에는 소형 쇠사다리나 쇠줄이 전부다. 핸드폰도되지

않고 산장에는 소형 발전기로 최소한의 전기만 공급하고 있었다. 만년설이 있는 해발 2,500m 너덜지대에는 흰색

페인트로 화살표나 O, X 로만 진행 방향이 표시되어 있었다. 한 여름에도 섭씨 15도 이하, 비가 오고 강풍이 불면

체감 온도는 영하로 떨어진다.

   여름 등산의 필수품은 아이러니하게 겨울 장비였다. 오쿠호다카다케(3,190m)는 일본에서 세 번째 높고, 가장

아름다운 산이다. 일본100대 명산 중 15개가 몰려있는 북 알프스는 5월 둘째 주부터 10월 셋째 주 까지만 산장을

 오픈 한다.

 

   산행은 신(神)들이 산다는 해발 1,500m 고원인가미코지를 출발하여 2박 3일간 3,000m의 능선, 약 40Km를 걸어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이다.

 

   첫날, 가미코지를 출발, 5시간 정도 걸어서 울창한 원시림의 숲길과 계곡을 벗어나면 멀리 북 알프스 고봉들이

늘어선 북 알프스 능선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 곳곳에는 8월인데도 지난겨울의 눈이 그대로 남아있다.

알프스는 위치에 따라 남, 중, 북 알프스로 나눈다. 그중 북 알프스 능선이 가장 험난하고 아름답다.

 

   해발 3,000m에서는 사람에 따라 고소증세가 나타난다. 나는 해발 2,700m부터 고소증세가 조금씩 나타나

3,000m 부근에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빴다. 우의를 입고 벗기를 수차례, 비가 오고 안개가 자욱해 길을

해매기도 하면서 야리가다케(槍岳)산장에 도착했다.

   22Km를 걸어서 수직높이로 1,600m를 올라온 것이다. 9시간을 예상했는데 10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야리가다케 산장은 650명이 머물 수 있는 큰 규모, 짙은 안개가 드리워 올라온 길도, 나아갈 길도 볼 수가 없다.

바로 옆에 있는 3,180m인 야리가다케 산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산장에서는 밤 8시30분이면 소등이다. 피곤해 바로 잠이 들었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빗소리가 요란하다.

이런 날씨에 산행은 무리이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대로 내려 갈수도 없고… 아침까지 비는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출발준비를 하는 등산객이 많다. 우리 일행 중5명은 고소증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2일째, 계속 비가 내린다. 작전상 후퇴라고 할까? 중간지점인 요코 산장 까지(11Km, 해발 고도 1,500m)

일단 하산 한 후, 기상이 좋으면 중간 지점인 가라사와 휴테 산장까지 올라가 1박 후 정상을 공략하기로 했다.

하산 도중 날씨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11Km를 내려갔다가 7.6Km를 다시 올라가 총 18.6Km를 걸었다.

 

   아침 7시에 출발, 오후 4시20분에 가라사와 휴테 산장에 도착했다. 이 산장은 물이 많아 양치질과 몰래 고양이

세수도 했다. 모두 멋진 경치를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산행 3일째, 마지막 날, 북 알프스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 3,190m를 공략하는 날, 기상은 비교적 양호했다.

머물렀던 가리사와 휴테 산장은 해발 2,310m로, 여기에서 오쿠호다카다케 까지는 수직으로 약 900m, 거리로는

 3.5km이다. 새벽 5시30분에 출발한 우리는 호다카다케 산장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올라왔다.


   이제부터 직벽을 포함해 너덜지대를 3시간 더 가야 정상이다. 내려다보니 천 길 낭떠러지가 까마득하다.

직벽은 철제사다리 또는 쇠줄을 잡고 올라가야하고, 길게 이어지는 칼날능선… 수직에 가까운 경사… 바위 절벽…

험난한 구간이다. 아찔하지만 아름다운 이 풍광이 북 알프스의 진정한 모습이다. 8월 2일 오전 9시35분,

드디어 북 알프스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 3,190m 정상에 올랐다.  나는 준비해간 태극기를 꺼내 안개비 내리는

정상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여기에 오르기 위해 2박 3일간 53.8Km를 걸었다. 기상 악화로 계획보다 13.8Km를 더 걸었다. 이 어려움을

잘 견디어 낸 내 스스로에게 박수를 쳤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서 올라 본 최고 높이는 2,774m의 백두산이었다.

오쿠호다카다케 3,190m에 올라 고봉등산 기록을 갱신한 셈이다.

 

   산은 그 누구에게도 교만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산이라는 대자연과 호흡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야 한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거친 환경과 체력적인 한계에 맞서며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는 쉽지 않은 싸움이다.

원래 이 산맥 이름은‘히다산맥 ’, 눈물 없이는 오를 수 없다는 뜻이란다. 정상은 늘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답한다.

 

   우리가 출발할 무렵 중앙 알프스를 오르다숨진 4분의 명복을 빌며, 산행을 함께한 느림보 산악회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글 : 김광일  KBS사우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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