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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 모음 - 먼후일 外

관주 觀周 2008. 10. 12. 18:59

  

 

  김소월 시 모음 - 먼후일 外
 

 

 

봄의 기도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 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 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어제도 하루 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 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 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은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 오 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 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개여울 - 정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