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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의 내력.

관주 觀周 2010. 4. 5. 12:50

   

길상사의 내력.

 

 

 

가난에 쫓겨 기방(妓房)에서 청춘을 시작했던 어느 할머니가 1천억원대에 달하는 대원각을 법정(法頂)스님에게 시주하고, 공부하고 싶어 하는 과학도에게 쓰이도록 1백억원대를 기부하고 또한, 백석문학상 제정에 2억을 흔쾌히 내놓은 할머니가 있었다.  그 할머니가 대원각이란 유명한 요정의 주인이었던 김영한(金英韓.1912~1999)이다. 이 대원각은 성북동 깊숙한 산자락에 있는 7000여 평의 대지와 건물 40여 동의 건물로 되어 있었다. 이곳이 사찰로 바뀌었다.  사찰의 이름은 그녀의 법명인 길상화(吉祥華)를 따서 길상사(吉祥寺)로 지어졌다. 

 

 

 

97년 당시 길상사의 개원은 장안의 훈훈한 미담으로 전해졌으나, 큰 재산을 선뜻 내놓으면서 한사코 자신을 감추려고 한 김영한씨는 길상사의 전신인 대원각 주인이었던 김영한(筆名 金子夜)은 천재 시인 백석(白石)과 3년간 동거하였던 기생(妓生)이었다. 

백석(본명 백기행白夔行, 1912~1995)은 잘생긴 얼굴과 바른 성품, 게다가 청산유수의 말솜씨로 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백석(白石)은 많은 여인들 중 자야(子夜)만을 사랑하였으니, 백석이 남긴 빛나는 사랑의 시(詩),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자야(子夜) 김영한과의 사랑을 노래한 것이다. 이 아름다운 시(詩)는 시인과 기생의 정염을 넘어서 깊고 넓은 그리고 애틋한 사랑의 실체를 느끼게 한다. 

 

 

 

 

오산고보를 졸업하고 도쿄로 건너가 영문학을 공부하고 조선일보에 시를 투고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여, 30년대 황토색 짙은 서정으로 문단에 큰 족적을 남긴 백석, 기생 생활 중에도 ‘삼천리문학’에 수필을 발표하며 인텔리 기생으로도 이름이 높았던 김영한은 함흥 영생여고보 교사들의 회식 장소에 나갔다가 영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백석과 운명적으로 만난다.  백석은 옆자리에 앉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오늘부터 당신은 나의 영원한 마누라야. 죽기 전에 우리 사이에 이별은 없어요.” 

 

 

 

 

김영한은 백석에 의해 자야(子夜)로 불리었으며, 김영한은 '자야'를 필명으로 평생 사용하였다. 자야는 백석이 진정으로 사랑하였던 단 하나의 여인이었고, 그녀 또한 그 사랑을 평생 올곧게 간직하였다. 이것이 사랑이다. 한 인간에게 있는 하나 뿐인 사랑을 증언하고 있다. 사랑의 용어조차 제대로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본질을 전해주고 있다. 

  

백석은 그녀가 사온 ‘당시선집(唐詩選集)’을 뒤적이다가 이백(李白)의 시 ‘자야오가(子夜吳歌)’를 발견하고 ‘자야(子夜)’라는 아호를 지어주었다고 한다. ‘자야오가’는 장안(長安)에서 서역(西域)으로 오랑캐를 물리치러 나간 낭군을 기다리는 여인 자야의 애절한 심정을 노래한 곡이다. 

 

 

 

 

그러나 백석의 부모는 기생과 동거하는 아들이 못마땅하여 그를 자야에게서 떼어놓으려고 강제로 결혼시켰으나 백석은 결혼이 끝나자마자 도망쳐 자야에게 돌아온다. 이런 식으로 강제 결혼을 하고 다시 도망치기를 세 차례, 부모에 대한 효심과 여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백석은 괴로워하고 갈등하다가 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자야에게 만주로 사랑의 도피행을 하자고 제의했지만 그녀는 백석의 장래를 걱정하여 거절하였다. 

  

1939년 백석은 혼자서 만주 신경으로 떠났고, 이것이 두 사람의 영원한 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1942년 백석은 만주 안동에서 잠시 세관업무를 하기도 했는데, 해방되자 북한에 눌러 앉았고 자야는 서울 대원각 여주인이 되었다. 백석이 남한에서는 북조선 시인이라는 이유로 백석 시의 출판이 금지되었으나 1987년 처음으로 그의 작품이 소개된 이후 많은 재평가를 받고 있다. 

  

특유의 평북 사투리와 사라져가는 옛것을 소재로 삼아 특유의 향토주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자기 관조로 한국 모더니즘의 또 다른 측면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63년경 협동농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남한에는 알려져 있었으나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국문학을 강의 했으며, 6.25전쟁 중 중국에 머물다가 휴전 후 귀국하여 협동농장의 현지파견 작가로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백석은 1995년 1월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1948년 잡지‘학풍’에 발표 시다.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 인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한편, 김영한 그녀는


1953년 중앙대학교 영문과를 만학으로 졸업                                    
    1989년 백석에 대한 회고 기록 『백석, 내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이름』
1990년 『하규일 선생 약전』                                                        
1995년 『내 사랑 백석』을 펴냈다.                                                
1997년  사재 2억을 출연, 백석문학상 제정(창작과 비평사 주관)하였다.


두 사람 모두 세상을 떠났으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은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그리고 길상사 한쪽의 기념비로 남아 길상화(吉祥華)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글/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출출이: 뱁새, 마가리: 오막살이(小屋:소옥)

 

이런 걸 우린 진정 사랑이라 한다!!  

 

 

 

 

 

원본이 가지런히 보관되여 있는곳    초대 : 觀主의 쉼터.
http://blog.daum.net/af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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